[포토 에쎄이] 온고당과 깜장고무신

△  위 그림과 같이 온고당은 태백산 줄기인 상투봉과 짱지비탈이 이루는 계곡이라  삼면은 큰 바위와  숲으로 둘러쌓여 한낮에도 그늘이 짙어 어두컴컴하다. 바로 옆이 계곡이라 운치가 있고, 마을과 조금 떨어진 맨 뒤쪽이라 인적이 드문  산사 암자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  온고당과 지신당의 4월 / 왼쪽 옛집이 온고당(溫故堂), 오른쪽이 지신당

 

온고당과 깜장고무신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전원에는 갑을 넘긴  흙벽돌 양철지붕 옛집인 온고당(溫故堂)이 있다.
온고당(溫故堂)이란 이름은 필자의 지인이 지어준 것인데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리고 온고당의  지척에 지은 사무실은 지신(知新堂)이라 명명(命名) 했다.
"옛것을 연구하여 거기서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내는 일이"란 뜻인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림과 같이 필자의 초막인 이곳은 태백산 줄기인 상투봉과 짱지비탈이 이루는 계곡이라  삼면은 바위와  숲으로 둘러쌓여 한낮에도 그늘이 짙어 어두컴컴하다.
바로 옆엔 계곡이 흘러 운치를  더해 주고, 마을과 조금 떨어진 산속이라 흡사 인적이 드문  산사 암자같은  분위기를 느끼는 곳이다.
보이는 것은 숲이요, 들리는 것은 자연의 소리 뿐인 한적한 곳으로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  유성처럼 흐르는 웰빙 그 자체이다. 필자가 이곳이 좋아 가꾸고 지낸지도 어언 7년하고도 반을 넘겼다.
초기때는 온고당(溫故堂)에 담긴 옛정을
이해치 못하고, 헐어서 대나무 숲속에 작은 못을 만들어 연이나 수련을 몇 뿌리 심을 요량이었으나, 지인들의 조언으로 그냥 둔것이 세월이 흐를수록 해묵은 된장처럼  묵은 맛이 우러난다.

온고당(溫故堂)은 방4,부엌,도장방, 툇마루가 있는 흙벽돌집 구조로, 그간  외진 곳에서  주인 잃고 홀로 지낸 세월이 길어서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옥계계곡 가는 길인 69번 지방도 찻길에서 대서천 주응교를 지나 곰냇골 대숲이 울창한 솔이 길을  지나야 보이기 때문에  이곳을 들린 사람들은 흔히들 암자(庵子)에 온 기분 같다고들 한다.
아마, 온고당 옆의 계곡과 울창한 대나무숲 그리고  배산인 상투봉과 짱지비탈이 이루는 곰냇골이 그려내는 절간같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온고당 뒤안은 죽림이 짙어 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죽림 뒤로는 느티나무, 팽나무가 편풍을 두른 듯 울을 이루고 전면은 매화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숲의 고도를 이룬다.

온고당은, 천장과 벽에 붙인 흙이 떨어지고 마감재로 쓴 회벽도 저승점 마냥 군데군데 헤어지고  얼룩져  그간  주인 잃고 나홀로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곳곳에 베어 있지만 아직까지  정정하여  옛고향의 정취를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다.

 그림과 같이 온고당은 시쳇말로 촌집이다.
부엌에는 가마솥 두 개가 옛적 그대로 걸려있고 안방과 부엌의 조명을 동시에 밝히던 코쿨이 있어, 으스름한 호롱불 밝혀 칼국수 끓이시던 어머님의 환상이 보이는 듯하다. 
지난 태풍 매미 날개 짓에 양철지붕이 훼손(毁損)되어 지붕을 개비하면서 부실한 웃방 창살문을 유리문으로 손댄것이 흠이되어 사진으로나마 원형대로 만들어 위안을 삼았다.

온고당의 방들은 손댄 흔적이 없어 옛맛 그대로이다. 깜장고무신을 신던 그 시절의 벽지와 장판을 깔고 웃목에는 요강, 촛불,낡은 세고비아 기타를 두고 봉당에는 깜장고무신과  벼훓치기, 지게, 자릿돌 그리고 아직 탈곡을 못 한 보릿단을 두니 배고팠던 50∼60년대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
웃방에서 내다보는 풍경도 그시절 처럼, 울밑에 심어 둔 봉선화가 장맛비에 처량하고, 뜰아래 해바라기와 수수는 한키 자라 벌써 꽃을 피우고 이삭을 내민다.  

온고당의  지척에 지은 지신(知新堂)은 업무상 필요에 의해  디지털 이기들로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회지 사무실과 비슷한 디지털풍이지만,  온고당은 농업사회 아날로그풍이다.
 온고당 웃방의 세간은 단출하다. 무채색 벽지, 황토색 방바닥에 낡은 세고비아 기타, AM라디오,요강, 라디오, 양초, 책 몇권이 전부이다. 이미지 디자인이나 리터칭 그리고 글쓰기가 시들해지면 온고당 웃방을 찾아 머리를 식히곤 한다.
그옛날처럼 라디오 다이얼을 요리조리 돌려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릿고개 세대인 필자는 온고당을 드나들 때는 깜장고무신을 즐겨 신는다.
요즘같이 장맛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배고팠던  그시절을 느끼기에 좋은 분위기이다.
툇마루끝 보릿단과 낙수물소리 옛과 같고  희미한 촛불아래 베겟머리 높여 눈깜으면 금새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배고팠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빨려든다.
계곡물, 대숲 스치는 자장가 소리에 내 마음의 터임머신은  깜장고무신 그 시절로 되돌려진다. 까까머리 소년시절 깜장고무신에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뽑기 아저씨 곁을 알짱 거렸던 옛추억도 그립고, 등학교길에  샘골재 능선의 산딸기밭을 누비든 그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 옛날 장맛비 내리던 교실 풍경도 어제일 같다.
복도에는 사갓과 도롱이가 줄을 이루고 신발통에는 깜장고무신과 짚신이 빗물에 젖은체 가지런이 놓여 있었지!.
가마니 깔린 교실바닥에 엎드려  몽당연필 침발라가며 받아쓰기를 하고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목청껏 '고향의 봄'을 불렀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러한 풍경은 사진 기록으로도 희귀하여 마음속의 그림으로 만족할 수 밖에.........

 까까머리 그 친구들도  나처럼 어느 하늘아래에서 늙어가고 있겠지!  다시못을 그 시절의 추억들이 강물되어 낭만처럼 흐른다. 엄마가  대목장날 고추팔아 추석빔으로 사다 준 깜장고무신을 신고 얼마나 좋았으면 밤깊은 마을길을 몇바퀴나 돌았을까!  깜장고무신을 잘 닦아 머리맡에 두고 자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배고팠었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전원에서  깜장고무신을 즐겨 신는다. 흙뭍은 깜장고무신은  수돗물보다 계곡물에 씻어야 제격이다.
요즘같은 삼복더위도 계곡가는 찬 바람이 나고 물이 차 금방 땀을 식힌다.그림에서와 같이 수박도 냉장고보다는 이 계곡 소(沼)에 담궈두면 냉장고 이상으로 시원한 맛을 낸다.
계류에 발담그고  흰구름 흘러가는  상투봉 산마루를 바라보며 수박 한조각 먹는 맛은 그만이다.

필자는 깜장고무신을 볼 때 마다 '정주철'이란 초등학교 제자가 생각난다. 23년전인가 보다. 필자가 행정구역 개편전인 1983년도에 영일군  동해면 공당리 소재 N국민학교 2학년 담임반 학생인 주철이는 얼굴도 까맙고 바자가랑이를 동동걷고 늘 깜장고무신을 신고 다녀 급우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당시까지도 농민들은 깜장고무신이 신을거리였으나, 학생들은 깜장운동화를 신고 다녔는데 주철이만은 늘  깜장고무신마니아였다. 주철이도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나이로 잘 살고 있겠지!.

이제는 지나 버린, 꿈같은 이야기 속에  밤은 깊어 삼경인데 장맛비는 그칠줄 모르고 추적된다.
나이가 들면 추억속에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난 시절 다시 오지 않아도 모두 다 아름답고 정다운 깜장고무신 생각에 온고당의 여름밤은 깊어 간다.

 

 △  온고당(溫故堂)은 방4, 부엌, 도장방, 툇마루가 있는 흙벽돌집 구조로  제법 규묘가 큰집으로, 그간  외진 곳에서  주인 잃고 나홀로 지낸 세월이 길어진 탓에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  온고당의  지척에 지은 지신(知新堂)은 업무상 필요에 의해  문명의 이기들로 도회지 사무실과 비슷하다. 필자의 소일거리인  ' 웹문서 제작,  그래픽, 글쓰기' 등이 이루어 지는곳이다. 

△  온고당의 툇마루에는 깜장고무신,  벼훓치기, 지게, 자릿돌 그리고 아직 탈곡을 못 한 보릿단을 두니 배고팠던 50∼60년대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 그리고 웃방에서 내다보는 풍경도 그시절 처럼, 울밑에 심어 둔 봉선화가 장맛비에 처량하고, 뜰아래 해바라기와 수수는 한키 자라 벌써 꽃을 피우고 이삭을 내민다.  

 △  지난 태풍 매미 날개 짓에 양철지붕이 훼손(毁損)되어 지붕을 개비하면서 부실한 웃방 창살문을 유리문으로 손댄것이 흠이되어 사진으로나마 원형대로 만들어 위안을 삼았다.

△  자료사진 . 배고팠던 50∼60년대 그 시절의 모습

 △  온고당의 툇마루의  벼훓치기, 자릿돌 그리고 발이 배고팠던 50∼60년대 그 시절을 생각게 한다

 △  온고당 웃방은 단출하다. 무채색 벽지, 황토색 방바닥에  낡은 세고비아 기타, AM라디오,요강, 라디오, 양초, 책 몇권이 세간의 전부이다.

 △  흙뭍은 깜장고무신은  수돗물보다 계곡물에 씻어야 제격이고,  요즘같은 삼복더위도 계곡가는 찬 바람이 나고 물이 차 금방 땀이 마른다. 냉장고보다 더 시원한 계곡 소(沼)에 담궈 둔 수박 한통 갈라  계류에 발담그고 이 흰구름 흘러가는  상투봉 산마루를 바라보며 먹는 수박맛은 그야 말로 꿀맛이다.